2019.08.02.
[유럽연합 경쟁법 동향 시리즈19]
유럽 집행위, 아마존의 데이터 이용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
* 단축 URL: https://bit.ly/39LjumV
이 상 윤
고려대학교 ICR센터 연구원
1. 개요
2019년 7월 17일, 집행위원회는 현재 아마존(Amazon)이 유럽연합(EU) 경쟁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조사에 착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문제되고 있는 부분은 아마존이 자사의 플랫폼 이용 업체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 여부다. 그동안 집행위원회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들의 데이터 수집, 이용 행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고,¹ 2018년 9월에는, 경쟁담당 집행위원 Margrethe Vestager가 직접 아마존을 대상으로 데이터의 부당한 이용 여부에 대해 예비조사가 진행 중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동안 아마존은 전세계적으로, 수직 통합된 사업자로서 플랫폼 이용업체들로부터 수집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자사의 경쟁 상품을 개발, 판촉하는 데 부당하게 이용해왔다는 혐의 등을 받아왔기 때문에(Kahn, 2017, pp.780-783), 당시 Vestager 위원의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듯 이번 아마존 사건은 현대 경쟁법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룬 사건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cf. ‘hipster antitrust’). 더욱이 이번 사건은 제102조(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물론 제101조(공동행위)의 적용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구글(Google) 결정들보다 더 큰 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동 보고서에서는 현재까지 집행위원회가 밝힌 우려 사항들과 이에 대한 실무 및 학계의 반응과 사건의 의의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2. 집행위원회의 우려 사항들
2.1. 아마존의 이중적 지위(dual role)
먼저 집행위는 아마존의 “이중적 지위(dual role)”에 대해 주목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집행위의 우려의 핵심은 아마존이 소매업체들에게 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함과 동시에 스스로 판매자로서 그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특히 집행위는 그동안 아마존이 다른 소매업체들이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면서 발생시킨 경쟁적으로 민감한 데이터들을 수집해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가 아마존의 이중적 지위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마존의 이중적 지위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18년 9월 19일의 기자회견에서 Vestager 위원이 했던 발언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시 Vestager 위원의 발언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 이들 플랫폼들은 이중적인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먼저 많은 수의 판매업체들을 플랫폼에 초대하고, 특히 소규모 업체들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찾고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플랫폼들은 스스로 판매업체, 특히 큰 규모의 업체로서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 여기서 문제되는 부분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먼저 아마존은 그가 초대한 소규모 업체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그 업체들에게 제공하는 중개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완벽하게 정당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아마존은 이 데이터를 자신의 계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앞으로 인기 있는 상품은 무엇이 될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종류의 상품/서비스를 제안 받기를 원하는지, 최종 구매를 이끌어내는 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여 우리는 아마존의 사업활동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2.2. 아마존의 데이터 이용 정책과 “Buy Box” 업체 선정 관련 문제
집행위는 위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특히 두 가지 이슈에 조사 범위를 집중시키고 있다. 하나는 아마존과 판매업체들 간에 체결된 계약 내용 중 아마존이 업체들의 판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 부분이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Buy Box” 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아마존의 데이터 활용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먼저 계약상 데이터 권한 문제와 관련하여, 집행위(DG CONNECT)가 지난 2018년 플랫폼 투명성 규칙을 도입하면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집행위는 투명성 규칙 도입을 위한 규제영향평가를 진행한 뒤 결과 보고서(Staff Working Paper)를 통해 중개 플랫폼과 이용 업체의 계약에서 데이터 정책과 차별적 취급 등에 관한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보고서는 중개 플랫폼들의 불공정한 행위를 야기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상황들을 분석하면서, “온라인 플랫폼들 및 이용업체들 모두에게 있어서 데이터 접근 권한 및 데이터 이용 조건들과 관련된 내용이 계약상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어서 수직통합된 중개 플랫폼 사업자들이 “거래 관련 데이터를 이용해 하류 시장에서의 경쟁사업자들로부터 시장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중개 플랫폼 자신의 경쟁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서비스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SWD(2018) 138 final – Part 1, pp.16-17). 이러한 우려들은 앞으로 시행 예정인 투명성 규칙의 내용에도 반영되고 있는데(Art.9, Art.10, and recitals 33-36, Regulation 2019/1150), 이번 집행위(DG COMP)의 아마존 사건에서도 같은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사건의 초점은 아마존의 “Buy Box” 관련 이슈로 모아진다. “Buy Box”는 페이지 우측 상단에 위치한 구매박스로서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한번의 클릭으로 상품을 바로 구매하거나 카트에 담을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아마존은 여러 사업자들이 동일한 품목을 판매하는 경우 이 중 한 업체를 선정하여 그의 상품을 “Buy Box”에 위치시키는데, 아마존을 통한 거래 중 최소 80% 이상이 이 “Buy Box”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이 "Buy Box" 상품의 선정 기준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경쟁당국에 따르면, 업체들은 그동안 아마존이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자사의 상품을 유리하게 취급해왔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아마존이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와 달리 외부업체들의 경우 아마존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면 소비자들로부터 품목 및 판매자에 대한 평가를 받는데, 이때 받는 부정적인 평가들이 “Buy Box” 선정 시 불리하게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독일 경쟁당국의조사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부분으로서, 집행위는 현재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BKartA, 2019, pp.5-6).
3. 실무 및 학계의 반응
이번 아마존 사건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경쟁법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iége 대학교의 Nicolas Petit 교수는 ‘이번 사건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거래상대방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은 과연 데이터가경쟁 소매업체들을 배제하는 데 이용되는 전략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이 거래상대방의 데이터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있고 해서는 안되는지 여부를 좀 더 분명하게 밝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하였다. bureau Brandeis의 Bas Braeken 변호사 역시 이번 사건은 “경쟁법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빅데이터 사건”이라고 전하면서, “아마존의 소비 패턴에 대한 정보 취득은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고, “데이터는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기업 자산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아마존의 데이터 관련 행위가 집행위에서만 문제된 것은 아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그리고 룩셈부르크 등 회원국 경쟁당국들도 수직통합된 사업자로서 아마존의 자기편익 행위(이른바 ‘self-preferencing’)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다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아마존이 문제된 정책을 일부 변경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사건이 종결되었는데(집행위의 공식 조사 착수 발표와 같은 날 발표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집행위의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해 집행위 대변인은 그동안 “집행위와 회원국 경쟁당국들은 긴밀하게 협력”해왔으며, “(집행위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서로의 조사 범위가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수직통합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기편익(Self-preferencing) 행위는 특히 최근 EU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Pablo Ibanez Colomo 교수는 최근 EU의 경쟁법 집행이 수직통합된 플랫폼 사업자의 차별 행위(self-preferencing)를 그 자체로 문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예컨대, 구글 쇼핑 사건 등), 이번 아마존 사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존의 판례 또는 집행례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자기편익(self-preferencing) 행위는 결코 그 자체로 금지되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경쟁 행위(an abnormal act of competition)’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즉, 경쟁법상 어떤 행위가 금지되기 위해서는 행위 사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경쟁법적인 판단, 예컨대 ‘플랫폼 서비스의 필수불가결성(indispensability)에 대한 증명’과 같이 경쟁제한성에 관한 법적 판단(legal test)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집행위는 플랫폼들의 자기편익(self-preferencing) 행위에 대한 불법적 추정만 하고 있을뿐 이를 정당화시키는 법적 판단(legal test)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는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²
같은 맥락에서, Garrigues의 Alfonso Lamadrid 변호사 역시 이 사건 아마존의 행위의 경쟁제한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먼저 ‘아마존은 판매업체들과는 다른 목적, 예컨대 상거래 플랫폼을 좀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해왔으며, 이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이러한 목적은 그동안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과연 ‘필수불가결성(indispensability)’이나 ‘시장에서의 경쟁 제거(elimination)’ 등과 같이 유사한 선례들(예컨대 Bronner)에서 요구되었던 법적 조건들이 이번 아마존 사건에서도 만족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또 ‘아마존 플랫폼에서 업체들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사실과 상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대체선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판매업체들이 아마존의 행위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물론 EU 경쟁법상 경쟁제한 효과에는 배제효과 외에 직접적인 착취효과도 포함된다. 현재 집행위는 제101조(공동행위) 위반과 제102조(단독행위)의 배제적 남용행위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 경쟁당국은 아마존에 대한 착취적 남용행위 여부를 검토했었기 때문에(Rupprecht Podszun 교수의 설명 참고) EU차원에서도 착취남용 금지 규정의 적용 여부를 생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착취효과의 경우에도, Lamadrid 변호사가 지적하는 것처럼, 아마존의 행위가 불공정한 가격(unfair prices)이나 거래조건(unfair trading practices)의 엄격한 요건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공정한 거래조건과 관련하여, 유럽 법원(CJEU)은 ‘문제된 계약 조건들이 계약의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단독으로 부과된 것이어야 하고, 객관적 정당화 사유가 없어야 한다’고 판시해왔는데(e.g. SBAM, Tera Park II, AAMS), 과연 여기에 아마존의 행위가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최근 EU에서는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디지털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임시명령(interim measure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집행위는 임시명령(interim measures)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으로 Broadcom에게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향후 아마존에 대해서도 임시명령(interim measures) 부과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지만, 최근 경쟁법 집행이 디지털 시장에 대한 신속한 개입을 중요시한다는 측면에서 함께 생각해볼만한 이슈로 볼 수 있다.
아마존 사건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으므로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최근 EU 경쟁법의 집행이 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2019년 Special Advisors’ Report 참고), 관련 논의의 진전과 이번 사건의 귀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¹ 예컨대, 2017년 전자상거래 분야 조사 내용(특히 SWD(2017) 154 final, para 61) 및 2018-2019년 플랫폼 투명성 규칙 도입 과정에서의 논의(특히 Regulation 2019/1150 Art.9 관련) 등 참고.
² 참고로 2017년 룩셈부르크의 경쟁당국은, 시장에는 아마존 외에도 다양한 경쟁 플랫폼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아마존의 상거래 플랫폼이 판매업체들의 사업활동을 위해 필수불가결한(indispensable) 요소라는 주장을 기각한 바 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의 링크 내용 참고.